03. 무엇이 도덕적인가?

도덕 규범은 사회 질서가 유지되는 중요한 축이기에 공동체 질서를 준수하는 사람은 도덕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질서를 위반한 사람은 비도덕적이라는 평가를 통해 통제되는 방식을 취한다.

그러나 그러한 도덕적 평가로 집단을 통제하는 방식 또한 도덕적인 행위인지 의심하는 것은 보다 근본적으로 도덕을 이해하기 위한 사고이다.

그렇다면 사회 질서가 어떤 구조에서 작동하는지 먼저 이해하고, 도덕을 통제 수단으로 사용하는 것이 실제로 어떻게 기능했는지 관찰할 필요가 있다.

질서를 지켜야 한다는 규범 의식에 모든 사람이 동의하는 것은 아니기에 사회는 법과 같은 통제 수단이 반드시 필요하다.

법으로 유지하는 사회 질서는 법을 어겨서 얻는 이득보다 처벌받을 때 손실이 압도하도록 만들어진 구조에 있으며, 그러한 구조는 범법 행위를 상정하려는 사람에게 보이지 않는 통제 수단으로 기능하게 된다.

사회는 법을 위반하는 행위에 대해서 명확한 조치가 가능하지만, 법이 닿지 않는 범위에서 질서 위반을 통제하기 위해서는 별개의 수단이 필요했다.

이에 집단은 인간이 공동체에서 소외될 때 느끼는 강한 수치심을 이용해, 규칙을 위반할 시 다수의 도덕적 평가를 통해 개인의 행동이 통제되도록 하는 구조를 만들었다.

개인이 다수에게 멸시받거나 소외될 경우 느끼는 모멸감과 공포는 생존을 위협받는 수준과 동일했기 때문에, 역시 보이지 않게 기능하는 집단의 강력한 통제 수단으로 자리 잡게 되었다.

그러한 수단은 질서를 위반하고 있다는 사실을 빠르게 각인시키는 형태였기에 개인을 통제하려는 목적에서는 효과적으로 작동했다.

공개적 상황에서 책임자의 질책으로 수치심을 주는 방식은 다수의 이목을 통해 비도덕적이라는 낙인 효과로 기능하면서, 잘못을 저지른 구성원 뿐 아니라 이를 목격한 다른 구성원들에게도 본보기로 작용하는 구조였기 때문이다.

어느덧 집단은 빠르고 효율적인 통제를 위해 질서를 교육하는 목적보다 구성원의 잘못을 질책하고 처벌하는 것에 초점을 두게 되면서, 점차 수치심을 이용해 통제하는 방식에 의존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공개적 질책을 이용한 처벌은 책임자의 기분이나 상황에 따라 받게되는 수치심의 불균형이 발생할 수 밖에 없는 구조였다.

그러한 불균형이 반복되자, 구성원들은 처벌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서로 잘못을 지적하고 수치심을 주면서 다수의 자율적 평가로 질서가 통제되는 이중 구조를 만들었다.

다수의 인식과 평가로 작동하는 내부 구조가 더해지니 외부에서는 책임자가 감독하지 않아도 효율적으로 집단이 통제되는 것처럼 보였지만, 실제 내부는 객관적 평가보다는 구성원들의 주관적 해석과 가시적 편향으로 작동하는 시스템이었다.

그러한 구조는 형평성보다는 다수가 정한 내부 질서에 순응하는지 여부나 집단 내 영향력 있는 사람의 기호에 따라 평가를 받는 구조로 변형되면서, 다수라는 영향력을 통해 집단 내 서열과 위계구도를 나누게 되는 형태로 굳어졌다.

이는 집단이 형성되는 순간부터 생겨나는 구조였기에 구성원들은 그런 보이지 않는 내부 규칙을 이해해야 했고, 새로운 집단에 소속되면 우위를 점하기 위해 집단 내 세력과 영향력을 빠르게 인지하고 적응해야 했다.

그에 반해 그러한 구조에 적응하지 못하고 소외되거나 다수에 동조하지 않는 성향의 개인은 상대적으로 취약해질 수 밖에 없었다.

시간이 지나 집단 내 세력 구도가 선명해질수록 내부에선 소외된 구성원이 도리어 가시화되는 구조가 만들어졌고, 이들은 다수의 평가를 받는 구조에 취약했기 때문에 비슷한 잘못을 해도 상대적으로 혐오의 타겟이 되기 쉬웠다.

반복적으로 이목을 끌시 학습 효과가 만들어지는 구조는 어느새 의혹이 생기면 사실 여부를 확인하기도 전에 다수의 혐오부터 작동하게 되는 구조가 만들어졌다.

의혹이 사실 무근으로 밝혀져도 이미 발생한 집단적 평가나 조롱에 개인은 정신적 고통을 받은 뒤였고, 사후에는 책임이 분산된 군중 심리에 의해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 구조였다.

소외되어 약자가 되면 불합리를 감내해야 한다는 인식이 다수에게 각인되자, 구성원들은 서로 필사적으로 약자가 되지 않기 위한 경쟁을 벌이기 시작했다.

그러한 경쟁은 어느 순간부터 소외된 구성원을 혐오하는 것에 다수가 정당화하기에 이르렀고, 보이지 않는 세력 다툼과 가시적 평가로 작동하는 불평등한 통제 구조는 점차 수치심과 혐오를 방어하기 위한 집단 내부의 끝없는 경쟁 구조로 굳어졌다.

그러한 구조는 무엇이 도덕인지보다 경쟁자인지 협력자인지로 판단해야 하는 이분법적 사고를 강화했고, 책임자의 통제 불균형이 심할수록 집단 내 갈등이나 소외된 구성원에 대한 혐오로 전환되기도 했다.

집단 내 갈등과 대립이 점점 격화되자 경쟁 대상의 모든 행위를 평가해야 되는 반작용이 일어나면서, 어느새 작은 실수도 용인하기 어려울 정도로 더 높은 기준을 서로 요구하게 되었다.

이는 실수나 잘못을 인정하는 순간, 오히려 다수의 무차별 공격을 허용하게 되는 구조였기에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게 더 합리적인 구조가 만들어졌고, 결국 집단 내 갈등과 대립이 더욱 극렬해지는 악순환의 고리를 만들었다.

불평등한 통제의 이중 구조는 어느덧 복잡한 형태의 구조로 발전하게 되면서, 개인의 잘못은 반드시 처벌로 교정해야 한다는 경직된 문화로 형성되기에 이르렀다.

지속적인 집단 내 영향력 싸움과 상시적으로 평가를 받는 구조가 만성화되자, 이에 피로감을 느낀 세대들은 다소 극단적인 개인주의 노선을 추구하거나 일부는 고립되는 것을 선택했다.

최근에는 사회적 기능은 유지하면서 집단 압력에서는 벗어나는 방식을 취하는 이향인이라는 분류도 등장했다.

구조가 구조를 낳는 형태에 더해 타인의 시선을 지속적으로 의식해야 하는 구조에 피로감을 느끼는 사람이 적지 않지만, 사회가 원래 그렇다는 이유로 개인에게 적응을 요구하는 주장도 일부 관찰된다.

만약 도덕적 평가를 이용해 집단을 통제한 방식이 결과적으로 불평등을 야기하고 타인을 배척하거나 혐오하기 쉬운 형태로 굳어졌다면, 그러한 방식은 과연 도덕적인지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

또한, 집단이 도덕을 각인시키는 방식이 도덕적인지 묻는 것은 무엇이 본질적인 도덕인지 구분하기 위함으로 사회는 도덕을 뿌리부터 재인식하는 사고가 필요해졌다.

그럼, 대체 무엇이 도덕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