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 왜 따라야 하는가?

“다들 원래부터 이렇게 해왔다.”
누군가 다수가 따르는 룰을 의심하면 대부분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으로 돌아온다. 대체로 사회는 규범이나 규칙을 의심하는 태도를 반사회적 가능성으로 인식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다수가 따르고 있는 룰이 질서를 위한 규범인지, 그저 다수에 의해 굳어진 관행인지를 구분하려는 행위는 구조를 의심하는 사고일 뿐이다.

그러한 차이를 구분하기에 앞서, 과거부터 사회는 질서를 통제하기 위해 어떤 구조를 만들었는지 배경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문명이 발생하기 전부터 인간은 독자적인 힘으로 생존할 수 없었기에 타인과 협력해야 한다는 규범이 기본으로 내재되었다.

이에 더해, 타인을 해치지 않아야 한다는 윤리 의식과 도덕 규범만으로는 모든 인간을 통제할 수 없으므로 사회는 법치라는 강력한 수단 역시 필요했다.

그렇게 법과 규범 위에 유지되는 사회 질서 아래 집단은 공동체의 질서를 위한 규칙을 만들었고, 공동체 내에서는 규칙 뿐 아니라 여러 관행이나 관습들도 자연히 생겨났다.

공동체 운영에 있어서 모든 규칙을 일일이 명시하고 교육하는 것은 비효율적이므로 집단은 가장 먼저 상명하복의 위계질서를 규범화시켰다.

지시에 우선적으로 따르는 상명하복 체계는 빠르고 효율적인 통제가 가능했기에 군 조직에서는 필수적이었고, 생존이 우선이었던 시대에도 대체로 유효한 기능이었다.

상명하복의 구조는 권력의 비대칭 관계에서 폭력이 발생하기 쉽다는 점이 있었지만, 집단의 효율적인 통제를 위해 불가피한 선택으로 자리 잡았다.

집단의 의사결정은 책임 구조를 이해하고 있는 책임자들의 합의가 중요했기에, 구조에 대한 이해가 상대적으로 부족한 구성원들은 그들의 결정을 따르는 것이 합리적으로 여겨졌다.

집단을 위한 결정이 개인의 희생을 요구하더라도, 그것은 집단의 생존을 위해 감수해야 하는 규범처럼 오랜 시간 기능했다.

그렇게 특정 시대에 굳어진 규범은 시간이 흘러 절대적 규범처럼 인식되기 시작했고, 집단과 공동체 내 다소 부당한 관행이나 관습도 위계 구조에 의해 반드시 따라야 하는 룰처럼 작용했다.

그리고 어느덧, 위계질서라는 과거의 규범은 공동체와 집단 내 여러 관행과 뒤섞이게 되면서 그것이 규범인지 관행인지 알 수 없는 구조가 만들어졌고, 그렇게 규범화된 관행들은 점차 폭력의 구조를 강화하기 시작했다.

대체로 집단 내 서열이 낮은 사람은 사적인 잡무를 도맡으며, 조직적인 집단은 충성심과 단결력을 이유로 새로운 구성원에게 부적절한 규칙을 강요했다.

개인의 도덕성을 갖추게 한다는 명목의 체벌 문화는 그것이 정당한 체벌인지 상대적 약자에게 가하는 폭력 행위인지 구분하기 어려웠다.

눈에 띄지 않는 장소에서는 하급자나 약자에게 구타나 가혹행위가 이루어지는 일이 빈번히 자행되었다.

서열주의로 굳어진 문화는 서열이 낮은 약자는 고통을 견디고, 서열이 올라가면 다시 약자에게 고통을 전가할 권한을 갖는 보상 시스템처럼 자리 잡았다.

일부 소수가 그러한 관행을 따르지 않을 경우 부적응자로 여겨지면서 집단에서 소외되었고, 조직 내에서 개인이 다수에 맞서는 것은 비용 대비 리스크가 큰 행위였다.

책임자의 통제 방식은 공정성보다는 책임자 개인의 성향이나 기분에 따라 바뀌는 형태였으며, 위계와 서열로 구조화된 부조리는 집단 내 규율이나 훈육이라는 언어로 포장되었다.

권위에 따라야 한다는 과거의 규범은 어느덧 약자에게 폭력을 전가하는 방향으로 기능했지만 위계질서라는 규범화된 관행 아래 상당 기간 동안 작동해왔다.

개인이 그러한 문제를 지적할 경우 대부분 다수에 의해 무력화되었고, 고통을 전가하는 행위는 반복되다가 결국 큰 사건이 터지고 난 뒤에야 뒤늦게 수습하는 구조가 만들어졌다.

규범으로 여겨지던 것들이 대부분 다수에 의해 굳어진 관행이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자, 사람들은 권력의 비대칭 구조를 더 이상 신뢰하지 않게 되었다.

집단 운영의 공정성을 책임자 개인의 도덕성에 의존하는 구조는 결국 구성원들의 불신을 키웠고, 사람들은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규정과 절차를 더욱 중요시하게 되면서 책임 소재를 가리는 것에 많은 비용을 투자하게 되었다.

또한, 부조리를 겪은 세대들의 억압된 분노는 오늘날 시스템과 권위에 대한 불신으로 표출되는 등 다양한 갈등 현상으로 나타나고 있다.

누군가를 착취하거나 고통을 전가하는 방식의 관행은 타인을 해치지 않아야 하는 도덕 규범과 충돌하기 때문에, 사회는 다수에 의해 세워지는 규범에 대해 명확한 정의를 내릴 필요가 있다.

이에 더해 구성원들은 다수가 따르는 룰에 질문하는 행위가 어떤 의미를 갖는지에 대한 이해가 필요해졌다.

특히 주목할 것은 어떤 질문이 구조를 드러내는지, 무엇이 본질을 파고드는 질문인지를 구분하는 것이다.

이 룰은 누구를 위해 작동하는가?

이제는 질문하는 방식을 고민해야 한다.